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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가의 지향점.

음악가로서 최고가 되어야 한다고,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 말을 들으면 내면에서부터 음습한 불쾌함이 올라오곤 한다. 연습은 어차피 계속하고 나날이 개선을 하고 있지만, 최고를 목표로 삼아야 할까? 그보다 자신의 음악과 연주를 찾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최고점을 목표로 해서 확실한 보장도 없고, 최고라는 위치를 내가 정할 수 있는 사안도 아니고, 그렇게 모두 걸어봐서 안 되면, 패배자라고 매도하고, 앞날들을 신경도 안 쓸 거, 이러한 남을 위해서 살아야 할까? 어차피 나 대신 인생 살아주지도 않을 사람의 말을 신경 써야 할까. 어차피 선택은 내가 하는데.내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목표를 잡아야 지속할 수 있고, 마음 편히 더 도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블루자이언트의 ..

essay 2024.06.16

어느 날, 그 날 따라

인디 밴드스러운 노래를 만들었지만 검정치마 Antifreeze 같은 코러스 파트가 나왔다. 곡을 만들면 어디에선가 들어왔던 부분이 자연스레 나오게 되는데, 어느 정도는 지나간다 해도, 이렇게 노골적이게 비슷한 멜로디가 비슷한 부분에서 나오면 스스로도 이 곡을 계속 만들까, 폐기하고 다시 만들까 생각한다. 샵이 붙은 곡을 만들기가 어렵다. 평소에 듣고 연주하는 재즈적인 분위기를 만들기도 그렇고, 샵이 붙은 조성이 주는 느낌 자체가 밝아서 익숙하지 않아 그렇게 느끼나 생각해 본다. 미리 멜로디를 쓰고 맞추어서 가사를 적으며 멜로디를 수정하는 편인데, 원래 내가 추구하는 가사는 한 번 비추어진 그림자를 설명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그냥 바로 초고처럼 적다 보니 상당히 직접적인 묘사가 많다. 그래서 원래 한. 번..

music commentary 2024.05.07

Feel More Feel

Chega De Saudade가 생각날 법한 라인들이다. A B파트가 마이너, 메이저이고, 첫 부분은 인트로가 생각나고, B파트의 Dmaj7 C#7  F#-7 멜로디가 비슷하다 할 수 있다. 라틴 장르를 작곡하다 보니, 조빔의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이제 곡 해설과 분석을 해보자. 제목은 '더 많은 느낌' 더 많은 감각을 끌어 모으기 위해 빌드업을 쌓고 해소한 뒤에 다시 돌아온다는 느낌이다. 초반에 잔잔히 마이너 진행 (E-7b5 A7)에 메이저 종결, 두 번째로는 마이너 종결이지만 바로 전조를 하면서 B파트로 넘어간다. B파트에서 전조를 많이 하다만 1도로 종결을 하지 않고, 계속 전조를 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다시 A파트로 돌아온다.  가사는 적지 않았지만, 나중에 가사를 적는다면, A..

music commentary 2024.05.07

쾌감과 교훈을 동시에 주는 작가

호라티우스는 좋은 시를 쓰는 시인은 아니지만, 좋은 시를 만드는 방법을 가르치는 사람. 최고의 선수와 최고의 코치는 같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 생각이 났다. 설명하지 못해도 감각으로 곧장 적용하며 움직이는 이들과 움직이지는 못하더라도 잘 설명하는 이들. 서로는 서로를 필요로 한다. 시학의 책 중 호라티우스가 쓴 글에는 쾌감과 교훈을 동시에 주는 작가는 만인의 갈채를 받을 것이라고 되어있다. 이 글을 읽으면서, 이 시인을 위한 내용이 시인을 위한 내용을 넘어서서 무언가를 만드는 이에게도 이 내용이 도움이 된다고 느낀다. 음악을 하고 있는 나의 삶에서도 적용하고 가꾸어 볼 내용들이 많다. 흔히 이야기하는 음악에서의 재능과 노력. 그중에서 '무엇이 더 중요한가'에 대해서 호라티우스는 이렇게 말했다. '재능이 ..

essay 2023.02.06

본질을 벗어난 움직임

언제부터인가 본질을 벗어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필요한 걸 처내고 불필요한 걸 가져오는 행동을 하고 있다. 할당량을 채우기 위한 움직임이나. 단순히 분량을 위한 나열이나, 정작 중요한 본질을 태양처럼 가운데에 두고, 빙빙 돌고 있다. 호숫가의 물이 성난 파도로 변했다가 다시 돌아오는데, 물이 딱히 짜지 지는 않았다. 파도는 쳤다만, 바다가 되지는 않았다. 물은 용솟음치는데, 그릇의 크기는 그대로이니 물만 넘쳐서 몸만 젖을 뿐이었다. 몸 하나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마음 하나 잘 다스리지도 못하는데, 현재상태로 어떻게 다른 이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게 할 것인가? 마음을 현재에 두지 못하고, 사랑으로 채우지 못하니, 한 시간에 세 번씩 마음이 밑으로 흐르는 기분이다. 제대로 마주해야 한다는 내면의 ..

essay 2022.12.28

건너지 못한 산이 있다

역시 아직 건너지 못한 길. 넘지 못한 산이 있다. 아직 건너지 못하고 쉬는 중이다. 마땅히 넘어야 할 것을. 진작에 떠났어야 할 중턱에 아직도 머물러 있었다. 나무를 베기 위한 도끼날을 가는 시간이라기에는 도끼날 마저 녹슬어 버렸다. 언제나 시작하는 시간은 지금. 지금이 아니라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언제나 가장 중요한 시간은 지금 뿐이다.

essay 2022.12.26

분실물을 되찾는 방법

잃어버린 것들. 내가 떠나보낸 것들을 다시 찾고, 더 나아가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인내해야 하는가? 열정이 부족해서? 안이함 때문에? 무엇인지는 모르겠다만 이런 원인 때문에 다시 되찾아오는 수고를 해야 한다. 인내의 씨앗을 심기 위해, 다시 재정비하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하나부터 다시 밟아 보는 것이다. 더 제대로 된 길을 다시 가보는 것이다. 이전과 같은 방향과 결과가 나오지 않도록 잘 살펴보아야 한다. 모든 것을 다시 사로잡고 되돌린 뒤에, 나아가야 한다. 반드시 도와주리라 생각한다. 구하면 구하고, 찾는 이에게 준다고 했다. 불만이 많은 이에게 더 많은 것을 주는 법이다.

essay 2022.12.14

쉼터

더 이상 물러설 곳은 어디에 있을까? 이제는 새로운 곳을 찾아 뚫어내는 것 밖에 남지 않았나? 진실을 마주할 용기와, 참 거짓을 구별할 지혜가 없다. 늘 그랬듯이 빌려온 지혜와 거짓된 용기를 사용하여야만 하는가? 끓어 나오는 증기는 어디로 내뿜어야 옳게 내뿜는 건가? 끓는 만큼 식혀줄 역치의 균형은 어떻게 이루어야 할까? 쓸리면 너무나도 괴롭다. 오히려 아무런 인지도 못할 때에 편안하다. 지혜의 근본을 구할 것이다. 구했다는 자각도 못할 정도로 몰두할 것이다. 알고있다는 것조차 모르게 될 때까지 구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절이 안되는 것을 조절하고 할 수 있는 것을 해야한다.

essay 2022.12.13

정상의 길

가까워질수록 커져가는 수치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만 하는 것일까? 더 큰 대가를 지불하고 확실한 선택을 할까. 더 작은 대가를 지불하고 정해지지 않은 선택을 할까. 광야에 핀 꽃은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정상을 향해 달려가는 그대들은 무엇을 위해 달리는가? 바늘 끝 같은 정점에 서있는 이들은 무슨 열매를 얻었는가? 꿀보다 달콤한 성취감인가? 보기좋은 발 밑의 광경인가? 세상이 뒤집어져도 떨어지지 않을 명예인가? 각자의 사막에서의 바늘이 있기를 바랄 뿐이다.

essay 2022.12.12

길가의 구덩이

물을 마시니, 갈증으로 가득 채워졌다. 채우기 위해 채우지만, 비어져만 간다. 채워지는 몸이 문제일까, 채우는 물질이 문제일까? 그걸 알고 있었다면 이전과 같은 행동을 하지 않았을까? 꿀을 삼키고, 쓴 맛이 남았다면, 과연 삼킨 것은 꿀일까? 의도한 행동과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다면, 처음부터 그런 결과를 낳는 행동인 건가? 채워지고, 비워지며, 깊어져 간다. 비워두었을 때보다, 비워져 갈 때 더 파내어진다. 이렇게 된 이상 깊이로 승부를 보아야 하는 걸까? 길가의 작은 구덩이란 채워지지 않으면 방해일 뿐이다. 통행을 방해하며 존재를 알리느니, 더욱 깊이 파내려 가서, 그랜드 캐니언 같은 관람 거리라도 되는 게 나을 것 같다.

essay 2022.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