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쾌감과 교훈을 동시에 주는 작가

yeast 2023. 2. 6. 00:15

 호라티우스는 좋은 시를 쓰는 시인은 아니지만, 좋은 시를 만드는 방법을 가르치는 사람. 최고의 선수와 최고의 코치는 같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 생각이 났다. 설명하지 못해도 감각으로 곧장 적용하며 움직이는 이들과 움직이지는 못하더라도 잘 설명하는 이들. 서로는 서로를 필요로 한다.

 시학의 책 중 호라티우스가 쓴 글에는 쾌감과 교훈을 동시에 주는 작가는 만인의 갈채를 받을 것이라고 되어있다. 이 글을 읽으면서, 이 시인을 위한 내용이 시인을 위한 내용을 넘어서서 무언가를 만드는 이에게도 이 내용이 도움이 된다고 느낀다. 음악을 하고 있는 나의 삶에서도 적용하고 가꾸어 볼 내용들이 많다. 

 흔히 이야기하는 음악에서의 재능과 노력. 그중에서 '무엇이 더 중요한가'에 대해서 호라티우스는 이렇게 말했다.

 '재능이 결여된 노력이나 가꾸지 않은 재능이 무슨 소용이 있는지 알지 못한다. 서로의 도움을 필요로 하며 서로 제휴한다.'

 재능이 없다면 재미조차 없었을 것이다. 흥미도 재미도 없는 일에 노력을 할 이유는 무엇이란 말인가? 미래를 위해서 쓴 고통을 인내하며, 쓴 선택을 해야 할 때도 있지만, 인생의 곁가지가 아닌 기둥이 그러한 일들의 투성이라면 그야 괴롭기 그지없는 인생이 아닐까?

 나는 음악에서의 천재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음악이라는 것이 범위가 너무 넓고, 갈수록 더더욱 넓어져서 어느 한 분야를 담당할 뿐, 모든 음악을 통달한 이는 점점 나오기 어려워진다. 음악의 모든 곁가지를 다 통달하기는 어렵겠지만, 기본기라는 중간 기둥은 모두 같다고 느낀다. 그래서 오늘도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기라는 것을 잊어버리지 말고, 더더욱 실력을 갈아야겠다.

 기타를 잘 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곡을 만들어 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생각한다. 좋은 표현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생각 또한 중요하다. 기타는 표현의 수단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 수단이 너무나 좋다. 이 수단을 최대한 잘 활용하고 싶다.

 좋은 음악을 만들기가 어렵다. 그냥 음악을 꾸준히 만드는 것도 어렵지만, 좋은 음악을 꾸준히 만들어내기는 더더욱 쉽지 않겠지만, 나는 꾸준히 만들어 내겠다. 그리 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재료를 모아야 한다. 다른 이들이 만든 음악이라는 요리를 먹어가면서, 이 사람은 어떤 재료를 사용했을까. 재료를 집어넣는 순서는 어떻게 했을까? 어떤 방식으로 요리를 했을까? 이러한 것들을 생각하며 나도 만들어 보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라면 끓이는 것만큼의 수준인 것 같다만, 한 명의 인간으로서, 제작자로서,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쾌감과 교훈을 동시에 줄 수 있다면, 비판을 피하지 않을것. 피할 수록 더 커져서 돌아온다는 사실을 기억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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