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마시니, 갈증으로 가득 채워졌다. 채우기 위해 채우지만, 비어져만 간다. 채워지는 몸이 문제일까, 채우는 물질이 문제일까? 그걸 알고 있었다면 이전과 같은 행동을 하지 않았을까? 꿀을 삼키고, 쓴 맛이 남았다면, 과연 삼킨 것은 꿀일까? 의도한 행동과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다면, 처음부터 그런 결과를 낳는 행동인 건가? 채워지고, 비워지며, 깊어져 간다. 비워두었을 때보다, 비워져 갈 때 더 파내어진다. 이렇게 된 이상 깊이로 승부를 보아야 하는 걸까? 길가의 작은 구덩이란 채워지지 않으면 방해일 뿐이다. 통행을 방해하며 존재를 알리느니, 더욱 깊이 파내려 가서, 그랜드 캐니언 같은 관람 거리라도 되는 게 나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