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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이 일어나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물론 범죄, 죽음, 전쟁, 기아, 사고를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은 아니다. 웬만한 일은 일어나도 삶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그럼에도 망설이는 이유가 무엇일까. 왜 굳이 미래에 일어나지도 않을 고통을 왜 미리 생각해서 받을까. 손해보기 싫은 마음. 아무 것도 잃어버리기 싫은 마음가짐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미 생각하는 순간에도 시간은 가고 기회도 점점 사라진다. 생각을 미리 해서 고통에 대비한다고는 하지만 생각을 하느라 기회를 날리는 것이 정말 고통스러운 결과다. 실제로는 일이 벌어진다면, 이전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약간 나은 수준이다. 아무것도 안하면 아무것도 안한 채 이지만, 뭐라도 한다면 결과 값이 남는다. 그 결과가 항상 좋지는 않겠지만, 다른 방법을 시도할 만한 근거가 된다. 이 말..

essay 2026.04.16

8. 내 음악의 부족한 점 3가지 / 강점 3가지

단순히 기술적인 면을 분석하고자 이런 글을 쓰는 것은 아닐 것이다. 테크닉 같은 문제는 시간이 해결해 줄 듯하고, 속주나 그에 준하는 연주를 할 때에 펄스감이 앞쪽으로 가기 쉽다는 것은 알고 있고 개선 중이다. 이 글에서는 연습으로 개선 가능한 기술적 요소가 아니라, 음악의 방향과 태도를 규정하는 결함을 다루려 한다. 보다 근원적인 질문과 그에 대한 대답이 필요하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부족한 점과 강점의 범위를 분명하게 설정해야 한다. 부족함이란 개선할 수 있는 부족함일까? 연습으로 개선이 가능한 기초와 기본적인 영역이라면, 마땅히 개선을 해야 한다. 내가 고려하는 부족함이란 개인이 지니고 있는 부족함이다. 내가 지니고 있는 결함과 결핍. 그것들이 나의 음악을 만드는 음악성의 일부일까. 그들을 개선..

essay 2025.12.22

7. 내가 무대 위에서 가장 두려운 순간은?

최근 나는 무대에서 두려움을 거의 느끼지 않는다. 늘 하던 공간, 익숙한 동료들, 큰 사고가 날 리 없는 공연들. 그래서일까, 연주 자체는 점점 과감해지고 있다. 실수에 대한 공포보다는 ‘어디까지 어떻게 연주해도 괜찮을까’를 고민하는 쪽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남아 있는 두려움이 있다. 그것은 실패가 아니라 타협이다. 연주 도중 문득 이런 순간이 찾아온다. 지금 이 프레이즈를 더 밀어도 되지만, 안전하게 정리하면 무난하겠다는 생각. 관객의 반응이 보이고, 공간의 공기가 읽히는 찰나에 손이 먼저 타협을 제안한다. 그때 나는 가장 긴장한다. 지금 울리는 이 소리가 정말 내가 낼 수 있는 최선의 소리인가, 아니면 관계와 분위기를 계산한 결과물인가. 무대 위에서 내가 두려운 것은 관객이 떠나는 장면..

essay 2025.12.18

6. 즉흥이란 무엇인가?

즉흥이란 준비된 연주패턴의 조합일까. 그러나 그건 즉흥'연주'에 대한 설명일 뿐이다. 즉흥 자체는 실시간적인 흐름을 인식하고 판단하는 능력이다. 무엇을 어떻게 왜 꺼낼까에 대한 인식이 즉흥이다. 어디서나 비슷한 연주를 보여준다면 즉흥이라 할 수 있을까. 차라리 녹음된 것을 재생한 것이 더 낫고, 라이브의 현장감 즉흥요소가 저하된다고 생각한다. 즉흥이란 순간의 호흡, 그날의 온도, 습도, 같이 연주하는 사람들, 관객, 나의 컨디션, 인터플레이에 따라서, 큰 틀은 정해져 있지만, 그날만의 변화가 분명히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변화를 연주자 스스로 뿐만이 아니라 관객들, 더 나아가서 기록된 소리로도 들어서 까지 알아차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날만의 변화는 뭘까. 연주만 다르게 한다면 변화이고 즉흥일..

essay 2025.12.17

5. 연주란 무엇인가?

이런 글들은 보통 사전의 문구를 인용하면서 시작한다.연ː주 2, 演奏명사 [어떤 곡을]음악악기를 통해 음(音)으로 나타내는 것. 또는, (어떤 악기를) 불거나 치거나 타거나 하여 곡을 나타내는 것."∼회(會)"Oxford Languages 단순히 사전에 담긴 뜻이나 알자고 하는 질문이 아닌 것은 안다. 더 정확한 질문은 '나에게 연주란 무엇이냐'라는 질문이다. 그러나 나는 연주에 대해 잘 모른다. 나는 연주를 무어라고 생각하면서 연주를 해왔을까. 지금껏 제대로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그래서 내게 있어서 연주란 내가 느낀 느낌과 감동을 상대도 같이 느낄 수 있게 전달하는 것이다. 그동안의 나의 연주는 단순히 맞는 음을 내기 위한 몸부림이었을까. 옳은 타이밍에 맞춰 누르는 리듬게임일까. 알맹이가 전혀 없었..

essay 2025.12.16

4. 기술과 예술의 경계는 어디라고 생각하나?

기술과 예술은 근원적으로 같다. 가구와 생필품들의 디자인을 보아도, 음악의 표현 기술이나 테크닉, 그 들을 담기 위한 음향 기술과 녹음 기술, 무용의 동작도, 기술을 기반으로 예술이 탄생하고, 더 좋은 예술 작품을 위해서 기술이 발전한다. 그럼에도 기술과 예술은 구별이 지어진다. 나는 그 경계가 효율과 낭비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기술은 효율이다. 낭비되는 요소 없이 최소한의 동작으로 최대한의 효용성을 뽑아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기술도 처음에는 수 없는 시행착오와 낭비로부터 시작되었지만, 일정 이상의 목표치를 달성한다면, 잠시 멈추고 대중들의 반응을 본다. 그리고 그 반응을 통해 얻은 재화로 재투자를 한다. 그런 무수한 굴레를 굴러가면서 발전하고 나아가는 것이 기술이다. 예술은 낭비다. 효율을 넘어선..

essay 2025.12.14

3. 관객에게 무엇을 전달하고 싶은가?

사랑과 평안, 그리고 자유이다. 이 세 가지는 서로를 유기적으로 탐닉한다. 사랑 없는 평안과 자유는 공허와 방임이고, 평안함이 없는 사랑과 자유는 과열과 불안이며, 자유가 없는 사랑과 평안은 집착과 구속이다. 이미 갖고 있다면 추구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나도 찾아가는 중이고, 이 찾아가는 과정을 관객들과, 동료예술가들과 함께 하고 싶다. 과정과 서사들을 함께하면서 서로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고, 서사의 처음과 끝을 모두 함께한다는 생각, 마치 사랑에 빠진다는 감각을 주고 싶다. 내가 말한 요소들을 얻기 위해서는 엄청난 고난과 용기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과정은 고독하다. 내가 가는 길을 가만히 서있는 사람들이 무시하고 비웃을 수도 있고, 가는 도중에 지치고 무너질 수도 있다. 그러나 받아들이는 태도가 더 ..

essay 2025.12.11

2. 언제 음악이 가장 의미 있었나?

의미란 부여하기 나름이다. 그래서 항상 모든 음악이 의미가 있다. 그러나 가장 의미가 있었던 때를 꼽아보자면, 글쎄다. 딱히 손꼽을 정도로 의미가 있었던 때를 기억하기가 어렵다. 있다면야 가장 기분이 좋았던 때, 서로의 연주가 약속하지 않아도 딱 들어 맞는 순간, 좋은 음악을 듣고 나도 이러한 음악을 남기고 싶다는 느낌. 그래서 결론은 점점 실력도 쌓여가는 '지금'이라고 하겠다. 지금은 하고 싶은 연주를 거의 80%정도는 막힘 없이 하고 있고, 나의 연주를 유튜브에서 보고 실제로 보러 와주는 팬들도 있다. 목표나 미래도 단계별로 정해둔 상태고 그 곳을 향해 하나씩 나아가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연주력이나 커리어로나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는 상태이니, 더 달려나갈 상황과 환경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가장 의미가..

essay 2025.12.10